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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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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럭비공

 

 

 고객이 바라는 것을 알아야 매출이 오른다.
매출을 올리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 적의 성향은 어떤지, 적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이 불만스러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장사의 첫걸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고객에 대한 분석도 없이 이만한 돈을 들여 점포를 열었으니 알아서 올 것이라고 임의대로 생각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 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고객의 욕구는 십인 십색이란 점, 고객의 취향은 언제든 바뀐다는 점, 고객은 언제든 단골을 바꿀 여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과거 필자가 아주 단골로 다니던 그것도 무리를 지어서 다니던 작은 호프집이 있었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특별한 안주며 주인의 상냥한 응대가 고마워 늘상 다니던 집이었다. 외상도 안하고 조용하면서도 즐겁게 마시던 필자의 무리를 주인도 내심 반겨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4명이 오붓이 술잔을 즐기는데 주인이 미안한 얼굴로 자리를 옮겨주면 안되겠냐는 권유를 했다. 당시 필자가 앉은 좌석이 6인용이었기 때문에 우린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같은 좌석이라도 원형 테이블은 일반 4인 석에 비해 자리가 넓다. 때문에 그 자리는 먼저 앉은 사람이 차지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주인은 처음 온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 단골들이 원형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으면 반 강제로 좌석이 좁은 4각 테이블로 자리를 이동시켰다.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서 당연히 필자의 무리는 단골집을 바꿨다.
점주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단골이니까 편하게 요구하는 것인데’라며 흥분할 점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점주라면 입장을 바꿔 자신이 그런 경우를 당했을 때를 생각해 보길 권한다.

 

예로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기존 고객은 나 몰라라 하고 신규 고객만 챙기는 통신사의 행위를 뭐라고 하는지.. 기존 고객이 참아야지 하면서 넘어가는가 말이다. 솔직히 그건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 돈을 내고 먹고 마시는데 눈치를 보거나 불편을 감수하라는 것은 억지밖에 되지 않는다. 단골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고객에게 정성을 쏟는 것보다는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는 게 효과적인 접객 기술이라고 필자는 강변한다.

음식 맛이 유독 뛰어나 자주 찾는 점포가 있다. 손님들은 그 맛에 반해 달리 홍보하지 않아도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런데 어느 날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10번을 맛있게 먹었는데 한번 일어난 실수를 용서해 줄 거라고 기대한다면 경영의 실패다.

고객은 냉정하다. 클레임에 대한 적극적이고 마음 속 깊은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발걸음을 점점 멀리 하는 것이 바로 고객이다. 장사 뭣같이 한다는 쓴 소리를 내뱉는 것은 부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앞의 슈퍼를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단골 점포로 이용한다. 그러나 값이 싼 대형 슈퍼나 쇼핑이 편리한 할인점이 생긴다면 가끔은 그곳을 이용할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동네의 미니슈퍼 주인이 어느 날 자신의 고객이 바리바리 한짐을 다른 곳에서 사들고 오는 것을 봤다. 이때 주인이 ‘감히 내 고객이 우리 집을 놔두고 다른 집에서 물건을 사와?’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면 결과는 어떨까? 아마도 불쾌함을 느낀 고객은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을 것이다.

내 집 앞에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물품 구매를 그곳에서 하라는 법도 없고, 내 돈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건 고객의 권리인데 그런 고객에게 눈을 흘긴다는 건 정말 뭐가 뭔지도 모르는 주인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짐이 많은데 좀 들어주겠다, 우리 집보다 얼마나 싸냐(웃으면서), 우리가 값이 조금 비싸지만 정이 있는 우리 집도 애용해 달라고 하는 게 그나마 단골을 유지하는 일이다.

고객의 특권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특권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고객은 단골집을 정해 찾는 습성과 새로운 단골집을 찾아보려는 습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단골이라고 등한시하면 바로 새로운 단골집을 찾아간다는 사실을 머리에 담고 장사를 해야 매출 유지를 할 수 있다.

고객은 럭비공이다. 공의 크기도 천차만별인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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